이 책을 읽게 된 경로를 분명히 하고 싶다. 사촌언니의 결혼식으로 포항으로 내려왔다. 떠난 언니의 빈 방에 혼자 있다보니 뜨거운 뜸을 배에 올려 놓은듯이 뜨거운 감정들이 온 몸에 퍼졌다. 그런 센치해진 기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 책의 제목과 그림들은 충분히 익살스러웠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결혼식에 가본 사람은 이해할것이다. 책 한권을 조용히 읽을 정신도 없다는 걸. 그리고 새벽5시에 서울에서 운전해서 내려왔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그런 정신상태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안주거리같은 책이다. 어쨌든 이런 복합적인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에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기회도 생겼다.위에 이런 종류의 책 이라고 말하면서도 자꾸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작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건 아닌지, 이 책을 좋아하는 또다른 독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건 아닌지. 내가 가진 필력의 한계다. 어떤 카테고리 안에 넣어야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내용뿐 아니라 책을 분류하는것부터가 난감하다. 책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여백이 많고, 시라고 하기엔 말장난을 모아 놓은 대화 기록같고, 일기장이라고 하기엔 엄연히 가격이 적혀있으며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환천의 문학살롱>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봤다. 문학의 사전적 정의는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런 작품으로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이 문학의 예가 된다. 살롱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salon에 유래된 말로1. 서양풍의 객실이나 응접실2. 상류 가정의 객실에서 열리는 사교적인 집회3. 미술 단체의 정기 전람회4. 양장점, 미장원, 양화점 또는 양주 따위를 파는 술집의 옥호를 속되게 이른 말하지만 내 위에 한 고민이 쓸데없다는 걸 알아차리는데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책의 제목 바로 밑에시가아니라고 한다면순순히 인정하겠다라는 궁서체로 대문짝만하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읽는 순간 빵 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유쾌하고 중독성 강한 시들로 SNS 스타 시인이 된 이환천은 당당히 말한다. "요즘 세상에 전문가, 비전문가 따질 것 있나 싶다.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 소비자가 미디어인 시대에 따라 변화된 SNS의 순기능 중 하나는 어떤 장벽 없이도 누구나 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알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로인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퍼트리면서 "많은 호응이 있는 책"이 "출판할 만한 책"이 된다. 감히 쉽게 책을 만든다고 하진 않겠다. 그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에게 문학을 깔봤다는 비난 보다는 시도한 점에 박수를 쳐주고싶다.책 중간중간에 적힌 메모와 전체적인 컨셉 관전 포인트 를 보면 작가 역시 이 책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사실 SNS 스타 시인이라는 말이 더이상 낯설진 않다. 꾸준히 구독한 시팔이(하상욱)를 통해 시대가 변하면서 직업도 변하듯, 새로운 종류의 직업 중 하나로 인식의 전환이 어느정도 되었다. 오래 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인터넷소설 작가 귀여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소설을 읽으며 커온 세대로서 애착이 많지만 맞춤법 파괴와 수많은 이모티콘으로 가득 채운 인터넷소설도 과연 문학의 한 종류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들을때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그 시절, 인터넷소설로 성공 계열에 들어선 귀여니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하고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겸임교수로 임용되어 사람과 사회의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비난과 시기로 뭉쳐진 좋지 않은 사람들 시선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인터넷소설을 쓴 점에서는 분명 배울 부분이 있다고 꿋꿋하게 의견을 피력한바있다. 편식하지 않고 편견없이 폭넓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보리라 다짐했는데,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물론, 재밌다. 재밌고 쉽게 읽힌다. 작가의 패기로 똘똘 뭉친 표현력과 거침없는 입담에 가끔은 읽다보며 나도 모르게 피식- 하기도 한다. 짧은 글 안에 톡 쏘는 무언가를 전달하는게 쉽지 않다는걸 알기에 작가 나름의 창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빠르게 소비한 만큼 빠르게 잊혀진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한 권의 책을 출판하는걸 삶의 목표로 철저한 줄거리와 계산된 문장구조로 조심스럽게 문장을 이어가는 수 많은 문예창작과 학생들과 글에 대한 무거움을 알고 뼈와 살을 깎아내는 창작의 고통으로 문학작품을 탄생시킨 유명 소설가들을 떠올리다보면 이 책은 반칙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트위터처럼 짧은 메세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SNS가 많아진 만큼 사람들은 긴 글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뭐든 짧고 강렬하게 만들어서 긴 글이 주는 사색의 시간을 놓치는 건 아닌지, 조금만 길어져도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게 아닌지, 내 생각들이 기우이길 바란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문학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벼운 문학을 느낄 기회를 주는게 이 책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가장 잘 맞게 양념을 뿌린 새로운 형태의 글이다. 숨가쁜 일상에 짧게 읽힐 수 있고, 유쾌한 경험담에 위로 받고, 웃음보를 터트리며 소통할 수 있으니까. 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해서 당당히 출판되어 사람들의 핸드백 한 칸에 자리자는 걸 보니 이런 변화를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모두들 단순하고 즐겁게 바라보는 책을 괜히 나 혼자 진지하고 꼬아서 바라보는건 아닌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지만 배척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받아들여야 한다면 최대한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책은 어렵지 않지만, 책을 받아들여야하는 내 마음이 어지롭다.
B급 유머와 재치 넘치는 패러디 보는 순간 빵 터지는, 그의 시에 중독될 준비가 되었는가! 지금처럼 일할 거면 어렸을 때 X나 놀걸 2014년 여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촌철살인의 시들이 있다. 바로 이환천의 시이다. 이환천의 문학살롱 이라는 타이틀로 지난해 5월부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재되었던 그의 시에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19금 이야기, 우리의 현실을 해학적으로 비튼 패러디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그의 시는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사람들 마음의 정곡을 찌르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고 있어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순히 인정하겠다 라고 일갈하는 그의 시에는 보는 순간 빵 하고 웃음을 터지게 만들면서 동시에 계속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이 존재한다. 책으로 만나는 이환천의 문학살롱 에는 SNS에 연재된 80여 편의 시 중 일부와 미공개 시를 포함하여 166편의 시와 이환천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카툰, 70년대 잡지 광고를 연상하게 하는 페이크 광고 등 다양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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