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괜찮아
요즘은 비를 맞을 수가 없다. 산성비네 뭐네 말할 정도로 비가 더럽혀졌기 때문이다. 내가 자랄 때는 비가 깨끗했다. 우산을 쓸 때도 있었지만 비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한여름에 비를 맞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놀이였다. 동무들과 함께 비를 맞으면 축제가 되었다. 비를 가릴 때 쓰던 토란잎은 우산이라기보다는 놀이 기구에 가까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놀 궁리를 했지 우산으로 비를 막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예전과 다르다. 어린이들에게 비를 맞게 할 수 없다. 3교시가 끝나고, 맑은 하늘에 굵은 빗방울이 무섭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기 예보를 뉴스로 볼 때는 비가 온다고 하지 않았는데 비가 내린다. 학교 운동장에 우산을 든 사람들이 물려든다. 복도에는 엄마들이 색색의 우산을 들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소녀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상상을 한다. 하늘 위 검은 비구름 위로 올라가면 비를 맞지 않고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막으로 이사를 가면 우산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남극이나 북극은 너무 추워서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곳으로 갈까? 그런데 소녀네 식구는 남극이나 북극으로 이사를 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소녀 아빠가 수영복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창밖의 빗줄기가 더욱 굵어진다. 이제 끝날 시간이 다 되어 가니 소녀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우산 대신 쓸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아주 커다란 나뭇잎이 있다면 좋겠다. 그렇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잎은 우산으로 쓰기에는 너무 작다. 비닐봉지를 뒤집어쓰면 숨을 쉴 수가 없다. 책가방을 머리 위로 들고 가기에는 너무 무겁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푸른 수족관에서 봤던 크고 투명한 해파리가 내 머리 위로 올라왔어요. 그러고는 숨을 크게 쉬더니 우산처럼 활짝 펴졌답니다. 비가 마구마구 쏟아지는데 소녀는 한 방울도 맞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마도 누군가가 보내 준 특별한 우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별한 우산을 보내 준 사람은 누구일까. 글 작가는 그게 누구인지 모른 척 능청을 떨지만 그림 작가가 힌트를 보여준다. 그것은 아빠가 일하는 일터에 있는 해파리 우산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빠가 한참 일할 때 일터에 있던 우산은 빗물이 흘러내리지 않다가 소녀가 해파리 우산을 썼다고 여긴 뒤로는 우산에서 빗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소녀의 상상은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다.
비가 오는 날 데리러 올 사람이 없는 아이의 현실을 천진한 상상력과 가족의 사랑으로 위로해 주는 유쾌하고 발랄한 그림책!갑작스럽게 비가 내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바로 가족이에요. 우산 없이 집에 갈 나를 걱정해 주는 가족이 어딘가에 있다면 비가 와도 괜찮아요. 우리의 마음속에 특별한 우산이 있는 것과 같으니까요!일기 예보에도 없던 비가 갑작스럽게 내리면, 걱정이 앞서요. 이런 걱정조차 하지 않게 아예 비가 오지 않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막에도 비가 올까요? 아니면 북극이나 남극은 어떨까요? 우산 대신 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내 머리를 가려 줄 커다란 나뭇잎이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어요. 가방을 머리 위로 쓰면 어때요? 비닐을 뒤집어쓰면? 나만의 특별한 우산은 뭐가 될 수 있을지 비가 오는 날 한번 찾아보세요.